이혁근 LG히다찌 솔루션본부장
"단순히 완성된 솔루션을 가져다 파는 게 아닙니다. 파트너사의 솔루션 완성도를 함께 높이는 작업이 협업의 시작입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만난 이혁근 LG히다찌 솔루션사업본부장(사진)은 이같이 말했다.
일본 히다찌가 51%, LG가 49% 지분을 보유한 합작기업 LG히다찌가 한일 IT 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계 IT기업들이 주로 외산 솔루션을 들여와 파는 데 치중하는 것과 달리 국내 IT솔루션을 일본 등 글로벌에 공급하는 수출 파트너로 뛰고 있는 것이다.
1986년 설립 후 30년을 넘긴 이 회사는 국산 솔루션 기업, 일본 히다찌와 공조해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금융·공공·산업 SI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히다찌와 별도로 자체 일본 지사도 두고 있다. 회사와 파트너사 인력을 포함해 약 50명을 파견한 상태다. 연 매출 100조 그룹인 히다찌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대표적 성공사례는 국내 1위 BRMS(업무규칙통합관리솔루션) 기업인 이노룰스다. 이노룰스는 LG히다찌와의 협업에 힘입어 매년 일본에서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BRMS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정책, 규정, 업무흐름, 절차 등을 IT시스템 상에서 구현한 솔루션이다. 4년 전 두 회사는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 맞춰 솔루션을 개선하는 작업부터 함께했다. LG히다찌 직원 10명 이상이 이노룰스로 1년 넘게 출퇴근 하면서 솔루션 품질을 높이는 작업을 함께 했다. 이후 히다찌와 솔루션 현지화, 마케팅, 영업 등을 함께 해 일본 내 1위 손해보험사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회사의 가능성을 본 히다찌 본사는 이노룰스에 지분투자도 했다.
이혁근 본부장은 "최근에는 우리가 일본 IT시장 관문으로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기업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BI(비즈니스인텔리전스) 솔루션 기업인 비아이매트릭스와도 협업한다. 일본 히다찌 내부에 적용해 솔루션을 써본 후 외부영업을 시작했다. 품질개선과 현지화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외에도 서비스 모니터링 솔루션, 번역 솔루션, 은행 계정계시스템용 데이터 이행솔루션 등을 발굴해 공급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이행솔루션은 사업성이 높다. 일본은 아직 메인프레임을 많이 쓰다 보니 다운사이징 시장이 연 2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다운사이징 과정에서 메인프레임 데이터 이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LG히다찌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경험을 토대로 솔루션을 개발했다. 일본 증권거래소, 은행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혁근 상무는 "1990년 께 우리나라에 정보계시스템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게 우리"라면서 "이후 금융IT, 특히 데이터 분야에 강점을 보유해 왔는데 국내 금융권은 다운사이징이 일본보다 빨라 우리 경험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에서 인연을 맺은 파트너사와는 국내 시장에서도 협업을 통해 윈윈하고 있다. 이혁근 상무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사업 조직과 국내 금융사업 부문을 합쳤다"면서 "솔루션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국내 사업에서도 활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은 고객사와 장기적 협업이 가능한 서비스 위주로 전개한다. 히다찌가 2016년부터 올해까지 AI, 블록체인 등 디지털 솔루션에 수조 규모 투자를 쏟아붓는 만큼 이들 솔루션도 국내에 적극적으로 접목한다. 특히 클라우드 도입은 일본이 우리보다 3~4년 앞섰다. 대부분의 IT 수요처는 사업제안을 받을 때 클라우드 방식도 제안할 것을 요구한다. 자체구축과 클라우드 방식을 모두 제안받은 후 장단점을 평가해 결정한다. 클라우드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다는 급변하는 IT 변화를 안정적으로 쫓아가고 보안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혁근 본부장은 "히다찌의 경우 세계적 손보사인 손보재팬과 IT합작사를 설립해 클라우드 플랫폼을 함께 구축하는 등 IT와 자본투자를 병행한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우리도 국내 금융기관들과 시스템 아웃소싱, IT합작사 설립 등 다각적 협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출처 :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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